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독서

 

   * 줄리언 반스 장편소설, 최세희 옮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다산책방, 2012)



 

   잘 써진 좋은 소설을 읽고 나면 머릿속이 멍-해진다. 어떤 감정도 느끼기 어렵고 그저 멍-한 상태. 이런 상태를 난 소설에 속수무책으로 ‘압도’ 당했다는 말로 표현하곤 한다. 잘 짜인 비단 같은 소설. 어떤 틈이나 흠을 찾으려 해도 그런 점을 일부러 찾기에는 너무나 잘 읽히는 소설. 줄리언 반스의 신작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 내겐 그런 소설 중의 하나다.

   소설은 주인공 토니와 토니의 친구 에이드리언. 그리고 토니의 여자친구였지만 토니와 헤어진 뒤 에이드리언과 사귀게 되는 베로니카. 이 세 사람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이렇게 보면 아주 흔한 ‘삼각관계’의 스토리를 쉽게 상상하게 된다. 하지만 작가는 이런 뻔한 상상에 전도유망한 수재였던 에이드리언의 자살이라는 ‘비수’를 꽂으며 소설을 긴장상태로 몰아넣는다. 에이드리언의 마땅한 자살 동기를 발견하지 못한 채 오랜 시간이 흐르고, 노년의 토니는 에이드리언이 자기에게 일기장을 남겼다는 것과, 토니 자신도 기억하지 못했던 편지를 에이드리언에게 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평온했던 노년의 일상에 다시 한번 큰 파문이 일고……. 토니는 지난 시간들을 반추하며 베로니카에게 오랜만에 연락을 하게 된다. 그렇게 소설은 예상치도 못했던 마지막 장의 ‘반전’을 향해서 달려간다.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게 다가온 한 구절이 있다.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이란 구절이다. 이는 토니와 에이드리언이 풋풋한 고등학생 시절 에이드리언이 역사시간에 인용한 말이다. 얼핏 치기어린 고등학생들의 지적허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에이드리언의 이 말은 소설 전체를 통해서 많은 고민거리를 우리에게 던져준다. 소설의 전반부(노년의 토니가 베로니카와 해후하기 전)는 토니의 기억만으로 서술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다면 부정확한 토니의 ‘기억’과, 토니가 에이드리언에게 보낸 불충분한 ‘편지 한 장’이 만나면서 이 이야기가 탄생한 것 아닌가. 그것을 우리는 토니의 역사라고 부르게 된다. 만약 그렇다면 그 역사의 정의를 베로니카에게 대입해보면 어떨까. 토니의 역사와는 다른 또 다른 역사가 써지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대체 진실은 무엇인가? 에이드리언의 자살은 대체 무엇 때문일까?

   소설을 읽으며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또 사소한 것들에서 비롯된 오해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런 오해가 한 사람의 인생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소설 속 인물들의 오해도 이렇게 혼란스럽고 가슴 아픈데, 하물며 현실 속의 우리들은 얼마나 힘든 삶을 살고 있는 걸까?

   누구에게나 마찬가지겠지만 사람은 자기 자신의 인생, 단 한번뿐인 인생을 살 수밖에 없다. 이런 한계를 이겨내기 위하여 사람들은 수많은 발명품을 만들었는데, 그중의 하나가 ‘소설’이다. 그 소설을 통해 우리는 인간의 수많은 인생과 ‘오욕칠정’을 대리체험한다. 오늘 한 번만이라도 줄리언 반스의 소설을 통해 또 다른 인생을 살아보길 감히 권해본다. 토니가 되어보거나, 토니를 끝까지 받아들이지 못하는 베로니카가 되어보거나, 욕조 속에서 동맥을 긋기 전의 에이드리언이 되어보자. 우리는 과연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12. 4. 27. 금)
 


달리기 생활


 

어제 그제 책방나들이 전체회의 때 한길문고 사장님께서 해주신 이야기가 계속 생각난다.

아는 동생이 있는데 여자친구가 너무 보고 싶어서 전주에서 군산까지 밤 10시쯤 출발해서 아침 8시까지 뛰어갔다고. 그렇게 아침에 여자친구를 만나서 프러포즈를 했고, 결혼에 골인했다고…….

회의 둘째 날, 아침식사를 하면서 온양 형제서점 사장님께서 뛰셨다는 보스턴 마라톤이야기를 듣다가, 어떻게 이 이야기까지 나오게 됐다. 와아 그분 너무 로맨틱 하신 거 아니야? 진짜 멋지신 걸? 감탄했다. 그리고 바로 현재 내가 살고있는 곳의 위치와 여자친구가 살고 있는 곳까지의 거리를 속으로 가늠해봤다. 상당히 멀었다. 그 거리를 밤새 뛰어가서 프러포즈를 하면, 정말 결혼에 골인할 수 있을까?

오늘 풀근무를 하고 집에 돌아와 요 며칠 게을러져서 뛰지 못했던 동네를 한 바퀴 반 뛰었다. 동네 한 바퀴 반 뛰는 것도 이렇게 죽을 맛인데, 어떻게 여자친구가 있는 곳까지 뛸 수 있을까? 미친 짓일까? 미친 짓이겠지? 하지만 결혼은 미친 짓이다란 소설도 있는 걸.

우선 열심히, 꾸준하게 뛰어보자. 건강을 위해서라도.

 

 

 

(12. 5. 11. )


'스무 살'을 기다리다 생활

 

일을 하다 우연히 문학동네 출판사 책들에 껴있는 광고지를 봤다. 김연수님이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책들이 다 인쇄되어 있었는데, 세상에.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오매불망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스무 살개정판이 버젓이 인쇄되어 있는 것 아닌가!

두 눈을 비비고 (정말 두 눈을 비볐다) 봐도, 그건 새로운 표지의 스무 살이었다. 깜짝 놀라 알아봤더니 아직 출간예정이고, 새로운 책 표지 디자인만 광고지에 미리 올려놓은 것이었다. 대실망. 그러나 급격한 아드레날린 상승. 표지 디자인까지 마쳤다면 교정, 교열도 다 마쳤을 거고 곧 있으면 발간된다는 뜻 아닌가? 너무 기뻐서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바보 아닌가. 실망했다가 바로 좋아했다가…….

바보가 되어도 너무 기쁘다. 생각해보니 개정판 소식을 들은 것이 3년도 넘었다. 3년도 기다렸는데, 더 못 기다리나 즐겁게 기다리자. ‘기다림이야 말로 내 주특기니까. (써놓고 보니 꽤 슬픈 말이다)

오랜만에 가지고 있는 스무 살을 괜히 꺼내서 뒤적여본다. 피곤한데 요즘 잠이 잘 안 온다. 오히려 정신은 하게 맑다.

 

 

 

(12. 5. 5. )


오랜만에 위대한 개츠비 독서

 

 

* F. 스콧 피츠제럴드, 김영하 옮김, 위대한 개츠비(문학동네, 2009,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

 

 

 

퇴근하자마자 갑자기 위대한 개츠비가 너무 생각나서 바로 꺼내 보았다.

여기저기 뒤적여보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위대한 개츠비가 이렇게 눈물 나는 책이었나.

예전에는 데이지를 향한 개츠비의 욕망에 마음이 끌렸다면,

지금은 데이지에게로 가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개츠비의 삶에 마음이 간다.

무식하게 느껴질 정도의 치열함. 그런 삶의 자세. 정말 '위대한' 개츠비.

노력해야해. 개츠비 만큼 노력해야해. 아니 개츠비 보다 더 노력해야해……

그래도 부족해. 그래도 부족하다…….

나는 눈물이 많은 편이 아닌데, 요즘 바보처럼 자주 운다. 왜 이런지 모르겠다.

어느 누가 바보를 좋아하랴

반성의 시간이 절실히 필요하다.

 

 

 

(12. 5. 6. )

 

 

 

) 정말 엉뚱하지만, 미시마 유키오가 생각난다. 강인해지고 싶다. 우선 좀 잘 것. 일찍.

 

 


뭐라도 되겠지 독서

 

* 김중혁 산문, 뭐라도 되겠지(마음산책, 2011)

 

 

 

예전에 오랜 술친구와 행복에 관해서 열띠게 토론한 적이 있었다. 술자리에서 난 행복해지고 싶다라고 주정 아닌 주정을 부렸는데, 친구가 바로 (역시 술기운에) 반박했다. ‘행복해지고 싶어? 그럼 도대체 행복이 뭔데? 행복이 눈에 보여? 손에 잡혀? 행복의 기준이 뭔데? 행복이란 자체는 원래는 없는 거야. 있지도 존재하지도 않는 건데, 다들 목매달고 있는 거라고!’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셨다고 해도 친구의 말에 순간 목이 꽉 막혔다. 궤변은 궤변인데 맞는 말인 것 같고 딱히 그에 대해 할 말이 없었다. 그날 굉장히 울적해졌고, 소주를 연거푸 마셨고 굉장히 취했었다. 그게 몇 년 전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까마득하다.

그럼 그 까마득한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난 행복의 의미를 정의 내렸는가? 솔직히 말하면 잘 모르겠다.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말하기에는 이젠 돌 맞을 나이…… 그때도 행복해지고 싶다고 말했고, 지금도 여전히 행복해지고 싶다고 말한다. 그럼 난 지난 시간동안 불행했었나? 꼭 그런 건 아닌데. 그때 술자리 술 귀신의 저주가 행복이란 대체 무엇인가 계속 고민하라인지…….

친구의 말대로 행복이란 불투명한 관념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 행복에 가장 가까운 방식은 될 수 있다고. 아니 복잡하다. 우선 내가 좋은 것이 행복이라고 말하자. 예를 들면,

난 한낮에 방바닥에 누워 비틀즈를 들으면 행복하다.

야밤에 레드 제플린을 들으며 에어 기타를 치면 행복하다.

헌책방에서 기형도의 시집이나 김연수, 김영하의 책. 장정일의 오래된 시집을 발견하면 이미 가지고 있는 책이어도 행복하다. (있는 책을 또 사기도 하는데, 미친 짓인데 행복하다)

더울 때 냉면을 먹으면 행복하다.

박지성이 골을 넣으면 행복하다.

그 무엇보다 소중한 여자친구가 있어서 제일 행복하다.

여자친구에게 잘 해주려고 정말 열심히 노력하려는 내 마음에 행복하다.

물론 사람들마다 다르겠지. 80평 아파트에 BMW를 끌고 대기업에 다니는 것이 행복일 수도 있다. 절대 그건 잘못된 것이 아니며 비난 받을 이유가 1%도 없다. 단지 행복의 기준이 다른 것이다. 그럼 여기서 또 다른 생각이 번져 나온다. 나의 행복의 기준은 지나치게 소극적이지 않은가. 지나치게 개인적인 취향일 뿐이지 않은가. 극단적으로 말하면 먹고 살만해야 행복한 것들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당연히 월급 170을 받는 사람과 월급 500만원을 받는 사람이 한낮에 방바닥에 누워 듣는 비틀즈의 감흥은 틀릴 수밖에.

그럼 또 생각이 엉뚱한 곳으로 번진다. 행복은 그럼 돈인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행복의 근원이 될 수밖에 없는 걸까? 물론 돈이 전부는 아닌데……. 결국 이 지겨운 고민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행복이 대체 뭐냔 말이다. 다시 나만의 행복측정방식(?)으로 돌아간다.

난 내가 좋은 게 좋다. 그게 행복이다. 지금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들은……

난 내 소중한 여자친구를 웃음 짓게 하면 좋다.

친구에게 맛있는 걸 사주면 좋다.

친구가 갖고 싶어 하는 걸 선물해주면 좋다.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친구를 만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게 좋다.

친구의 목소리를 눈을 감고 듣는 게 좋다.

친구의 바닐라 향이 좋다.

그 향기에 머무는 시간이 제일, 너무너무 좋다.

친구의 모든 게 다 좋다. 정말 다 좋다.

이게 지금 나의 행복이다. 행복에 대해서 더 이상 무슨 고민이 필요한가. 고민 끝. 나는 나의 소중한 여자친구를 위해 돌진하듯 있는 힘 다해 노력을 다하면 그만이다. 고민 끝.

글을 자유연상기법으로(?) 막 쓰다 보니 간단히 정리됐네. 기쁘다. 뭐 하러 이런 고민을 했나싶다. 생각해보니 책 한권 때문이다. 소설가 김중혁의 산문집 뭐라도 되겠지를 다 읽고 나서 이런 생각에 빠진 것 같다. 소설가 김중혁. 소설가 김연수님의 고향 친구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좋아하게 됐는데, 지금은 김중혁님 자체로 너무 좋아하는 작가다. 이 책이 딱히 행복에 관한 책은 아니지만, 책을 읽으며 김중혁님은 참 행복한 글쓰기를 즐긴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부럽다. 그런 글쓰기……. 이 두서없는 긴 글의 시작은 그 부러움때문이었다.

 

 

 

(12. 5. 4. )

 

 

 

) 글 서두의 오랜 술친구는 그가 10년 넘게 흠모해온 미모의 학교선배와 오는 630일에 결혼한다. (배신자 나쁜 놈 도둑놈) 그는 이제 행복을 다시 정의내린 걸까. 부디 그렇기를.

 

또 덧) 갑자기 심각하게 이런 생각이 든다. 나의 노력이 많이 모자란 건 아닌지. 부족해도 한참 부족한 건 아닌지. 돌진하듯 있는 힘 다해 노력하면 될 것이라는 순진하다 못해 철없는 착각에 빠져있는 건 아닌지. 요즘의 나는 예전에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현실이란 단어에 잠 못 이룰 때가 많다. 여기에 역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상대적) ‘가난이란 단어가 추가되면, 빌 에반스의 ‘My Foolish Heart’를 반복으로 틀어놓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운다. 돌진. 돌진. 돌진.

 

 


심야의 모딜리아니 생활

 

*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자화상(1919)

 

 

 

내 인생 최악의 대답이 오늘 생기다.
  
   요즘 뭐 읽어
? 라고 물어보는데, 책 읽어…… 라고 대답하다니.

바보. 바보. 바보.

잠이 안 올 정도로 속상하다. 속상하다. 으으으.

현명한 사람. 믿음직스런 사람. 자신감 있는 사람. 힘들 때 위로가 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바보가 되어버리다니…….

 

괴로울 때 가끔 꺼내보는 모딜리아니의 화집.

이런 내 마음을, 충만한 사랑의 화가 모딜리아니. 그대는 아시는지.

   아니, 부디 알아주실 수 있는지.

 

 

 

     (12. 5. 3. )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2 독서

 

* 장정일,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2 장정일의 독서일기(마티, 2011)

 

 

 

장정일의 아홉 번째 독서일기를 읽으며 장정일이 읽은 책들의 목록을 옮겨 적어봤다. 엄청난 양이다. 대단한 노력과 열정이다. 장정일의 독서일기 1권부터 장정일의 독서일기를 내 독서의 기준으로 잡아왔다. 그 기준은 지금도 변함없지만, 장정일의 노력과 열정은 시간이 지나고 지나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 부끄럽다. 난 항상 제자리걸음이구나.

 

 

 

(12. 5. 1. )


50/50 영화


   * 조나단 레빈 감독, 조셉 고든 레빗 · 세스 로겐 · 안나 켄드릭 ·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출연,「50/50」(2011)



   내가 만약 척추암에 걸린다면?
   수술을 해도 사느냐 죽느냐가 50대 50의 확률이라면?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정말 상상하기도 싫다.

   이 영화는 그런 고통을 겪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 남자의 고통은 정말 엄청난 고통일텐데, 영화의 분위기는 한없이 긍정적이다. 어둠이 지나면 밝음이 있고, 이별이 있으면 만남이 있고, 아픔이 있으면 기쁨도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처럼. 그 '당연함'을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소중한 친구와 사랑하게 되는 연인 그리고 가족들이다.

   오늘 유난히 친구들이 보고싶다. 사랑하는 연인도 너무너무 보고싶다. 그리고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12. 5. 1. 화)



   덧) 조셉 고든 레빗. 남자지만…… 흠모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이런. 

페르세폴리스 독서


 

* 마르잔 사트라피, 김대중 옮김, 페르세폴리스 1 -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새만화책, 2005)

 

* 마르잔 사트라피, 최주현 옮김, 페르세폴리스 2 - 다시 페르세폴리스로(새만화책, 2008)

 

 

 

1) 페르세폴리스는 고대 페르시아 아케메네스 왕조의 수도이다. 현재 이란 시라즈 시에서 북동쪽으로 70km 가량 떨어져 있는 고대 유적지다. 고대 페르시아인들은 이 도시를 페르시아인들의 도시라는 뜻의 파르사로 불렀는데, 이를 그리스인들이 그리스어로 옮기면서 페르세’(페르시아인들)폴리스’(도시)로 불렀고 그 이름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 위키백과

 

2) 종교가 잔인한 폭력의 도구로 사용될 때, 그것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가.

 

3) 한 개인의 존재는 국가, 또 역사, 문화, 전통 같은 거대 관념과는 크게 관련이 없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주인공 사트라피(이 책은 저자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 , 실화다)의 삶을 칭칭 옭아매고 있는 것들이 다 위에서 말한 것들 아닌가.

 

4) 그것은 비단 사트라피만의 문제가 아니고, 이란의 문제만은 아니다.

 

5)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상의 자유, 육체의 자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자유…… 이런 모든 것들을 포함한 진정한 자유. ‘완전한자유라는 표현을 써도 될까? 그것은 인간에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일까? 갑자기 머릿속이 추상적으로 변해간다. 구체화 할 수 있는 힘이 절실하다. 구체화. 구체화.

 

6) 확실한 건, 멋진 책이다. 아트 슈피겔만의 와 같이 놓고 봐도 될 만큼.

 

 

 

(12. 4. 30. )


소금기둥 독서

 

* 레오폴드 루고네스, 조구호 · 이승수 옮김, 소금기둥(바다출판사, 2010, 보르헤스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 04)

 

 

 

아르헨티나 문학의 전 과정을 단 한 사람으로 축소해야 한다면, 그 사람은 분명 레오폴드 루고네스가 될 것이다. 소위 공상과학소설 장르의 문을 연 <이수르>에서 루고네스는 그 분야의 전문 작가로서의 놀라운 능력을 십분 보여준다. <불비>는 평야의 도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생생하고 정확하게 보여준다. <소금기둥>은 성경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다. <압데라의 말>의 시작은 유쾌하기만 하다. 그러다가 잔인하게 변모되어 가고 그 잔인함이 신화적인 경이로움으로 바뀐다. 불명확한 화자를 말해주듯 일부러 산문적인 제목을 사용한 <설명이 불가능한 현상>에서 루고네스는 웰스와 비슷한 방식으로 당치 않은 사실을 침착하게 차근차근 설명해 나간다. <프란체스카>에서는 단테의 신곡과 감히 경쟁하려 한다. <줄리엣 같은 할머니>는 가장 섬세한 사랑이야기 가운데 하나다.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그렇다. 정말 보르헤스의 말대로다. 이거…… , 할 말이 없네. ‘보르헤스 바벨의 도서관시리즈는 정말 다 좋은데, 정말 다 좋은데…… 보르헤스가 이 시리즈의 작가와 작품들을 직접 선정하고 만들었으니, 당연히 보르헤스의 작품해설을 읽어야 하고, 그렇게 보르헤스의 작품 해설을 읽어버리면, 생각의 범위가 딱 그 안에서 멈춰버리는 게 문제. 나만 그런 건가? 다 나의 부족함이다. 좀 더 노력해야 해. 정말 노력해야 한다.

 

 

 

(12. 4. 29. )


우리집, 구경할래? 독서

 

* 토드 셀비, 정신아 옮김, 우리집, 구경할래?(앨리스, 2011)

 

 

 

이 책의 예술가들은 모두 부지런한 사람들이 틀림없다. 자기만의 공간을 이렇게 예쁘게 꾸미고, 자기만의 낙원에 자기만의 색깔을 입히는 것은 정말 게을러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책을 보고나니 내 방이 왜 그렇게 누추하게만 보이는지……. 하지만 이런 비교 아닌 비교는 하지 말자. 적어도 내 방은 내게 있어서는 작은 우주니까. 하지만 이 우주의 신(?)으로서 좀 더 예쁘게 꾸밀 수는 없을까? 뜬금없이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 든다. 괜히 즐겁다.

 

 

 

(12. 4. 27. )

 

 

 

) 가장 인상 깊었던 집은 칼 라거펠트의 집이었다. 그 엄청난 장서들……. 내가 꿈꿔왔던 공간을 막상 눈으로 확인하게 되면 숨이 막힌다.


위대한 힙합 아티스트 독서

 

* 김정훈, 위대한 힙합 아티스트(살림, 2004, 살림지식총서 148)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RUN DMC’가 그렇게 중요한 그룹인줄 몰랐다. 궁금하다. 오랜만에 몇 없는 힙합 앨범들을 찾아 들어볼까.

 

 

 

(12. 4. 19. )

 

 

 

) 살림지식총서 시리즈에 대한 단상. 좋은 시리즈지만 진정한 독서는 될 수 없다. 그저 길잡이 역할은 가능할지 모르겠다만, 지식총서 시리즈 자체에서만 머무르면 좋지 못하다. 명심하자.


빗속에서 사라 본 음악

 

내리는 빗속에서 사라 본의 목소리를 들으며 퇴근하는데, 밤늦은 퇴근길이 마치 꿈속을 걷는 듯했다. 온 세상이 빗물에 젖어 반짝이고, 이 반짝임을 흩뿌리는 듯했던 사라 본의 따뜻한 노래들……. 그대로, 정말 그대로, 빗속에서 사라 본을 들으며 그대에게 걸어가고만 싶었다. 이 길이 정녕 꿈이 아니기를, 만약 꿈이라면 영원히 깨지 않는 꿈이기를 간절히 빌면서……. 지금 비는 다 그쳐가고 음악도 다 끝났지만, 잊지 못할 퇴근길이었다. 오래 오래 간직하고픈 그 시간. 그 가슴 먹먹한 시간. 그 시간을 함께 나눌 수만 있다면……. 보고 싶다. 아주 많이.

 

 

 

(12. 4. 22. )

 


머니볼 영화

 

* 베넷 밀러 감독, 브래드 피트 · 조나 힐 ·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출연, 머니볼(2011)

 

 

 

다시 돌아온 야구의 계절. 나름 프로야구 개막 기념으로(?) 이 영화를 보다.

영화는, , 뭐랄까. ‘프로 스포츠에서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결국은 무시할 수는 없다는 걸 새삼스레 느끼게 해준다.

지금은 야구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한때 이종범이 있었던 해태와, 유지현 · 김재현 · 서용빈이 있었던 LG를 열렬하게 사랑했었다. 매일 경기를 볼 수는 없어도, 스포츠뉴스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챙겨볼 정도로. 그때의 까까머리 중학생은 지금 어디로 간 걸까? 강물처럼 무심하게 흘러가버린 시간들에 가끔 아연실색한다. 영화 한편 보고 이러니 앞으로 아연실색할 일이 얼마나 많아질는지. 괜히 한숨.

갑자기 뜬금없지만, 브래드 피트는 대체 뭘 해도 멋있을 수밖에 없는 걸까. 알고는 있지만 역시 하나님은 불공평하신 듯.

 

 

 

(12. 4. 15. )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우정모텔' 음악

 

지금까지 키워주신 아버지 어머니 은혜는 정말 갚을 길이 없지만, 가장 감사한 것 중의 하나는, 내가 어떤 음악을 들어도 참견을 하지 않으셨던 거다. (- 긴 문장이다.)

그러나 며칠 전 늦게 일어나 출근 전에 꾸역꾸역 아침 겸 점심을 먹으며 아이팟 노래 임의재생으로 음악을 듣는데, 아버지께서 한마디 하셨다. 뭐 이런 음악이 있냐고……. 깜짝 놀라 흘러나오는 노래가 뭔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문제의 노래는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남쪽으로 간다’ (우정모텔, 카바레사운드, 2011) 란 노래였다.

, 아버지 노래가 좀 희한하죠? 라고 말했고, 아버지도 나의 반응이 우스우셨는지 그냥 허허 웃으셨다. 그렇다. 정말 희한한 노래다. 트로트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뽕짝도 아니고, 디스코도 아니고, 마치 황석영 소설 삼포 가는 길같은 분위기의 가사에…….

오랜만에 앨범 전체를 진득하게 다시 들어본다. 끈적끈적하니 아주 좋다. 첫 곡 건강하고 긴 삶에서 느껴지는 나른함. ‘귀여워의 발랄함. 역시 남쪽으로 간다의 희한함. ‘아침의 빛의 발칙함. (인트로 부분이 아주……) ‘집시 여인의 로맨틱함. ‘프라블럼의 몽롱함 등등.

확실히 한 장의 앨범은 묵혀두고 들어야 제 맛인지 다시 들어보는데 새로운 느낌이 든다. 전체적으로 참 신기한 앨범이고 신기한 아티스트들이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런 건 아버지에게 감사드려야 하나?

 

 

 

(12. 4. 10. )


도스토예프스키 독서

 

* 박영은, 도스토예프스키(살림, 2009, 살림지식총서369)

 

 

 

2002년의 겨울방학.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에 틀어박혀서

열린책들 빨간색 도스또예프스끼전집을 쌓아놓고

정말 끝장낼 생각으로 죽어라 읽었던 날들.

그립지는 않은데, 가끔 생각난다.

내 인생에서 그렇게 미친 듯이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었던 때가 다시 올 수 있을까.

도스토예프스키를 다시 읽고 싶은데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결국 난, 나이만 들어버린 걸까. 씁쓸하다.

 

 

 

(12. 4. 13. )


클로즈드 노트 영화

*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 사와지리 에리카 · 타케우치 유코 · 이세야 유스케 출연, 클로즈드 노트 Closed Note(2007)

 

 

 

이렇게 순정적인영화는 너무 부담스럽다. 너무 지나치게 사람들이 다 착하고 예쁘기만 해서 도저히 현실적이지 못하니까.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만년필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소품으로 나온다고 해서였다. 물론 만년필이 중요한 소품 역할을 하긴 했지만, 부족해…… 부족했다. 물론 기대가 너무 큰 탓이다.

이 영화를 통해서 느낀 건 오히려 기록의 소중함이다. 모든 사건은 한권의 노트에서 시작하니까. 열심히 쓰자. 열심히 쓰는 수밖에 없다.

 

 

 

(12. 4. 7. )

 

 

 

) 영화 중간에 나왔던 세일러빨강 잉크병이 계속 생각난다. 정말 그런 빨간빛이 나올까?


소용돌이 독서

 

* 이토 준지 만화, 한나리 옮김, 소용돌이(시공사, 2010)

 

 

 

만화책을 이렇게 오랜 시간을 두고 읽기는 처음이다. 손이 쉽게 가질 않았다. 읽을 때마다 깜짝깜짝 놀랐고, 항상 긴장이 돼서 굉장히 피곤할 때가 많았다. 섬뜩할 때도 있고 나도 모르게 움찔할 때도 많았다. 이토 준지는 우리 주변에 널려있는 소용돌이를 통해서 정말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고민해보지만 쉽게 생각을 정리할 수 없다. 그냥 생각이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치게 놔두자. 더 생각하다가는 달팽이가 될지도 몰라.

 

 

 

) 소용돌이의 저주도 여주인공 키리에의 미모 앞에서는 한풀 꺾이는 느낌? 예쁜 건 알아서 말이야…… 이크 이런 바보 같은 생각을…….

 

 

 

(12. 4. 6. )


김수영, 혹은 시적 양심 독서

 

* 이은정, 김수영, 혹은 시적 양심(살림, 2006, 살림지식총서271)

 

 

 

4월이 되면, 마치 통과의례처럼 떠오르는 시인. 김수영. 김수영 시인의 글이나 시인과 관련된 책을 읽으면 항상 부끄러워진다. 자기 자신이 얼마나 나약하고 비굴한 인간인지를 다시 한번 재확인하게 되니까…….

김수영 시인은 시는 나의 닻이다라고 했다. 현재 내 삶의 닻은 과연 무엇인가. 괴롭다. 아직도 이 닻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12. 4. 4. )


커피홀릭's 노트 독서

 

* munge(박상희) · 그림, 커피홀릭s 노트(예담, 2008)

 

 

 

자기가 사랑하는 것에 아낌없는 열정을 쏟아내는 일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지 보여주는 책.

단순히 커피뿐만 아니라 을 어떻게 살아야 정말 행복할 수 있는가를 알려준 책이다.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 수 있냐고? munge님의 책 자체가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사랑하는 것을 더 사랑하라! ! ! !

 

 

 

(12. 4. 3. )


너의 목소리가 들려 독서

 

   * 김영하 장편소설, 『너의 목소리가 들려』(문학동네, 2012)



 

   김영하의 장편소설을 오랫동안 기다렸다. 『퀴즈쇼』 이후로 5년만의 신작이다. 김영하의 소설들은 항상 멋졌다. 우선 깔끔하다. 그리고 빠르다. 책이 술술 읽힌다. 그러나 이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항상 읽는 이를 ‘불편’하게 한다는 것이다. 『검은 꽃』의 장대한 절망감. 『빛의 제국』에서 보여주는 우리 일상 속의 남파공작원. (흔히 말하는 ‘간첩’) 『퀴즈쇼』에서 보여줬던 갈 곳 없는 이십대 청춘. 그리고 이번에는 ‘고난’이 아닌 ‘고통’만이 펼쳐져 있는 두 소년이 있다.

   태어나자마자 고속버스터미널 화장실에 버려진 ‘제이’ 아버지가 형사인 평탄한 가정이지만 삼촌과 엄마의 불륜을 겪는 ‘동규’ 간단히 말하자면 이 책은 이 두 소년의 성장소설이다. 우리는 성장소설이라고 하면 역경에 처한 주인공이 이를 이겨내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성장해 ‘어른’이 되는 그런 스토리를 생각한다. 그러나 김영하의 소설은 이런 ‘상투성’을 보란 듯이 비껴간다. 이 두 소년에게는 수많은 고통과 좌절만이 가득하다. ‘선택적 함구증’이란 불안장애를 겪는 동규. 재개발로 인해 살 곳을 잃고 보육원으로 끌려가는 제이. 어렸을 때의 소중한 기억을 나눈 두 친구는 이렇게 따로 떨어져 자신만의 성장을 계속한다. 보육원을 탈출해 겪는 제이의 삶은 일탈의 연속이다. 청소년 비행의 모든 것을 다 보여주는 제이의 하루하루는 너무 비참해 책을 읽는 이를 견딜 수 없게 할 정도다.

   고통의 극단에 다다르면 어떤 ‘영적체험’을 느낄 수 있는 걸까. 제이는 쉽게 표현 못할 ‘깨달음’을 겪으며 말 그대로 환골탈태한다. 마치 고행 끝에 ‘성불’하는 싯다르타처럼……. 그런 제이 곁에 오토바이 폭주를 즐기는 소녀 ‘목란’이 함께하며 되며, 목란을 통해 동규는 제이와 다시 만난다. 이들 세 사람 앞에는 이제 끝없는 ‘폭주의 세계’가 펼쳐진다. 밤거리를 달리고 또 달리는 그들. 그 폭주의 끝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과연 무엇인지.

   그 끝을 함께하는 건 엄연히 독자들의 몫이다. 작가 김영하는 이전 소설과는 다르게 소설의 주제를 암시하는 ‘프롤로그’ 격의 이야기를 서두에 담아놓았다. 구름 위로 사라져버린 마술사와 지상에 덩그러니 남겨진 마술사의 조수 이야기가 그것인데, 작가는 그 ‘소년은 어떻게 됐을까를 생각한다’며 독자들이 주목해야 할 대상을 친절하게(?) 정해주었다. 그 대상은 바로 우리 곁에 있다. 굉장한 소음을 내뿜으며 달려가는 중국집 배달원의 모습에서, 홍대 거리에서 마주치는 비-보이들에서, 참고서를 사러와 서점을 북적북적 만드는 학생들에게서 우리는 ‘소년’의 얼굴을 본다.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소설의 제목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다. 작가 김영하가 들은 목소리와 우리가 들을 수 있는 목소리는 어떤 이야기들일까. 귀를 한번 기울여본다.



 

   덧) 델리스파이스의 노래 ‘차우차우’를 들으면 이런 가사가 있다. ‘아무리 애를 쓰고 귀를 막아보려 해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영하의 책을 보자마자 이 노래를 자연스럽게 떠올린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 커피 한 잔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12. 3. 26. 월)


진짜 봄비를 기다리며 음악

 

비가 내리면 습관적으로 손이 가는 젠틀 레인의 앨범들…….

4월의 비. 봄비가 맞긴 맞는데, 겨울비의 느낌이 나는지. 비에는 흙냄새가 강했고, 하루 종일 목이 칼칼했다. 그런 답답함을 젠틀 레인의 두 번째 앨범 second rain으로 달래본다. 빗소리에 젠틀 레인의 멜로디가 겹쳐지는 것만큼 황홀한 소리도 드물다. 심야의 시간 속에서 온몸과 마음이 푹 젖어간다.

 

 

 

(12. 4. 2. )


오랜만에 와르르 주르르 음악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대학 시절의 소중한 벗을 만났고,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폭탄주를 열잔 넘게 마셨고,

새벽 4시에 집에 들어와서 그냥 드러누워 버렸는데,

피곤한데 잠이 오질 않았고, 음악을 들으면 좀 나아질까 해서 음악을 틀은 것뿐인데,

이런 음악을 고른 내가 잘못인지, 뭔가 맺혀져 있는 것이 와르르 풀린 건지,

그냥 복잡한 심사가 축 늘어져 버린 건지,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음악을 들으며 주르르 눈물을 흘렸다.

단지 술기운 때문이라 생각한다. 문제의 앨범은 보드카 레인주윤하의 솔로 앨범,

on the way home(레인보우트리, 미러볼뮤직, 2012)

 

 

 

(12. 3. 30. )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앨범 1001 독서

 

* 로버트 다이머리 책임편집, 김용란 · 박운정 · 정지인 · 조용범 · 한경석 · 한장식 옮김,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앨범 1001(마로니에북스, 2006)

 

 

 

정말 죽기 전에 다 들어볼 수 있을까?

1001장의 앨범 리스트에서 가지고 있는 앨범은 현재 총 155. (CD 144 + TAPE 11)

죽기 전에 들어야 한다는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작위적이고 웃기는 말이지만, 묘하게 사람을 끌리게 한다.

정말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한다는 앨범은 대체 무엇 무엇인지? 그 견딜 수 없는 호기심못 말릴 호기심이 정말 문제.

 

 

 

(12. 3. 28. )


플로베르의 앵무새 독서

 

* 줄리언 반스 장편소설, 신재실 옮김, 플로베르의 앵무새(열린책들, 2005)

 

 

 

소설에 있어서 정해진 형식은 존재하지 않음을 확실히 깨닫게 해준 작품. 하지만 기존의 스토리 중심의 소설들에 익숙한 내게는 너무 낯설기만 하다. 비슷한 예로 김연수의 꾿빠이 이상을 꼽을 수 있을까? 나만의 착각일지도?

 

 

 

(12. 3. 28. )


적어둔다 생활


 

단순한 것이 궁극의 정교함이다. 디자인은 표현 정신을 가지되 단순해야 한다. 불필요한 것이 없는 것이 아름답다.” - 만년필 연구소 소장 만년필 동호회 펜후드 주인장 박종진(파카51)님 말씀.

 

 

 

적어둔다.

 

 

 

(12. 3. 25. )

 


sprezztura 생활


 

스프레차투라(sprezzatura)’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발데사르 카스틸리오네가 쓴 궁정인에 등장하는 단어로, 노력하거나 신경 쓴 사실을 드러내지 않는 일종의 가장된 무심함을 뜻한다.

 

예전에 스콧 슈만의 책 사토리얼리스트(박상미 옮김, 윌북, 2010)를 보다가 알게 된 단어다. 이 단어가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12. 3. 23. )

 


원더보이 독서

 

* 김연수 장편소설, 원더보이(문학동네, 2012)

 

 

 

어두운 터널 같은 군사독재 시절, 한 가수가 고문을 받고 있다. 가혹한 고문에도 그는 견디고 있다. 그의 마음을 캐내기 위해 한 소년이 벽을 사이에 두고 고문의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그 소년은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초능력을 가진 원더보이인 소년은 가혹한 고문이 가해질 때마다 가수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사랑하는 연인의 모습을 느끼고 있다. 그러다 그 연인이 어두컴컴한 취조실에 끌려 들어온다. 취조실에서 서로를 바라봐야만 하는 연인의 마음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자신이 당한 고문을 사랑하는 연인이 당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면, 그 마음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 참혹함을 생생히 지켜볼 수밖에 없는 원더보이그 원더보이의 마음은 또 어떤 모습일까.

김연수의 신작 장편은 불의의 사고로 아버지를 잃게 되며, 마치 그에 대한 보상인 것처럼 초능력을 갖게 된 주인공 정훈의 이야기다. 정훈은 그 특유의 능력으로 군사독재의 앞잡이 아닌 앞잡이가 되며, 결국 탈출을 감행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에게 없었던 어머니란 존재에 대해서 알게 되며, 어머니의 행방을 찾아가는 긴 여행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 여행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여행은 아니다. 그 여행은 군사독재에 저항하는 대학생들의 모임에서, 어두운 현실을 피해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의 곁에서, 독재의 그늘에 가려진 진실을 밝히려는 출판사에서 일하며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런 정훈을 돕는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다. 그 여행을 통해 조금씩 드러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흔적들. 그리고 역시 조금씩 사라져가는 정훈의 초능력……. 끝내 원더보이 정훈에게 남아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작가 김연수는 소설 곳곳에 읽는 이에게 넌지시 힌트를 건네준다. 광활하게 펼쳐진 우주의 별들, 존 레논의 명곡 이매진(Imagine)’, 정훈이 자신을 각별하게 도와준 희선과 함께 성당에서 본 외젠느 뷔르낭의 부활 아침, 무덤으로 달려가는 베드로와 요한같은 그림들……. 이런 힌트를 통해서 주인공 정훈의 앞날을 상상해본다. ‘원더보이인 정훈이 소년이 아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은 어떤 모습일지. 또 어른이 된 정훈이 바라볼 이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를.

그 상상의 끝에서 내게 이런 질문이 남았다. ‘기적이란 과연 존재하는 걸까? 내가 꿈꾸고 간절히 원하는 그 기적은 과연 무엇인가. 다 읽은 책을 다시 처음부터 천천히 읽어보며 그 기적을 간절히 기다려 본다. 아니 그 기적을 찾아낼 수 있기를. 그 기적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12. 2. 25. )


푸디토리움, Somebody 음악


   라이브의 매력을 제대로 느꼈다.
   비록 모니터 화면을 통한 라이브 아닌 라이브지만…….

   정규앨범에서 들은 Adeline Michele의 Somebody가 맑은 홍차 같았다면,
   온스테이지에서 들은 안신애의 Somebody는 진한 에스프레소 같았다.
   물론 둘 다 매력이 넘치는 목소리다.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이 세상의 모든 노래를 마치 내 이야기처럼 만들어주는 사람…….
   지금 이 시간 따뜻하고 편하게 쉬고 있는지.
   
   한번 더 푸디토리움의 라이브를 듣는다.
   못 견디게 그립고 보고싶다. 그런 2월의 막바지
.



   http://music.naver.com/onStage/onStageReview.nhn?articleId=2795




   (12. 2. 28. 화)


곁에 음악


곁에

by 짙은 (짙은 1집에서)



곁에 머물러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네 향기가 짙게
오늘은 You just call me again
And sing a song again
네 향기가 짙게

작은 너의 마음도
난 느낄 수 있어 너의 향길 난
있는 그대로 와 가진 것 그대로 와
난 너를 느낄게 난 너를 느낄게

있는 그대로 와 가진 것 그대로 와
난 너를 느낄게 난 너를 느낄게
있는 그대로 와 가진 것 그대로 와
난 너를 느낄게 난 너를 느낄게

곁에 머물러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네 향기가 짙게




최근에 가장 많이 생각나고 가장 많이 듣고 가장 많이 중얼거리는 노래. 곁에. 짙은.

바닐라향을 맡고 싶다. 곁에. 짙은. 



(12. 2. 26.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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